영광 모싯잎 송편 속재료 미얀마 콩 수입 차질

“미얀마 군부 쿠데타 때문에 영광 특산품이 타격을 받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지난달 28일 전남 영광군의 한 콩 저장창고에서 만난 미얀마 콩 유통상인 정현아씨가 한 말이다.

미얀마 콩 수입 차질에 특산품 타격

정씨는 “매년 3월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영광 모싯잎 송편 생산자에게 공급할 미얀마산 콩 600포대(37.5㎏)를 실은 트럭이 2~3대씩 들어오는데 올해는 수입이 막혀 4월에야 간신히 100포대를 들여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전남 영광군의 한 콩 저장창고에 소량의 미얀마산 콩 포대만 쌓여있다. 미얀마산 콩은 영광 모싯잎 송편의 주재료지만, 지난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콩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월 일어난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영광 특산품인 ‘모싯잎 송편’의 주재료인 미얀마산 콩의 수입 판로가 막히면서 관련 업계가 타격을 입고 있다. 영광 모싯잎 송편은 2017년 고품질과 역사성을 갖춘 지역 특산품에 부여하는 ‘지리적 표시제’ 승인을 받은 지역 명물이다.

 

모싯잎 송편은 굴비 다음가는 영광의 특산품이다. 업소 35곳에서 해마다 250~300억원어치 송편을 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콩값이 상승하고 생산 차질까지 빚고 있다.

 

“콩 수입량 평소보다 절반 줄어”

 

 

전남 영광 특산품인 모싯잎 송편. 프리랜서 장정필

 


영광 모싯잎 송편 생산자들은 매년 3월이면 80~90t 상당의 미얀마산 ‘동부 콩’을 들여와 송편 속 재료로 사용한다. 반면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이 늦은 지난 4월 20일에서야 약 40t의 콩 물량만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싯잎 송편 협회 대균연 회장은 “미얀마산 동부 콩이 미국이나 우즈베키스탄산 콩보다 맛이나 가격 측면에서 뛰어나 수입해왔는데 홈쇼핑이나 대규모 판매를 해왔던 업체들은 이미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입 가격도 올랐다. 미얀마산 동부 콩 유통업자들은 2019년에 1포대당 5만원에 수입해왔는데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8~9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1포대당 11만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영광산 동부 콩도 생산량 감소

 

 

모싯잎 송편 속재료인 동부 콩. 프리랜서 장정필

 

영광 모싯잎 송편은 미얀마산 콩이외에 국산 콩도 재료로 사용한다. 상인들은 전남 영광산 동부 콩으로 만든 모싯잎 송편은 20~25개당 1만3000원, 미얀마산 동부 콩으로 만든 모싯잎 송편은 20~25개당 1만원에 팔고 있다.

 

모싯잎 송편이 지리적표시제 승인을 받으려면 영광에서 자란 재료를 써야 하므로 2017년 전후로 영광산 동부 콩 생산량도 대폭 늘려 50~100t가량의 지역 생산량을 확보했었다. 상인들은 국산과 수입산 콩으로 가격 차별을 두면서 판매해왔는데 지난해 장마로 영광산 동부 콩 생산량마저 반 토막이 난 것이다.

 

영광군 관계자는 "영광에서 두부 콩이 해마다 평균 50t 정도 생산되는데 지난해는 기상이변 때문에 20t 수준에 그쳤다”라며 “영광군 내 동부 콩 재배 면적을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콩 생산량을 늘릴 수도 없고 미얀마 군부 쿠데타도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아 답답한 상황이다. 대균연 회장은 “수입 차질이 장기화하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라며 “영광은 그나마 지역에서 두부콩이 나와 일정 정도 생산을 하고 있지만, 충청과 전북 부안·고창, 전남 강진·해남 등 모싯잎 송편을 만드는 다른 지역은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영광=진창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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